한국 소설가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위원회는 10월 10일(현지시각), 한강의 작품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선"으로 평가하며 수상 소식을 알렸다. 이번 수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이후 한국에서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며, 한강은 18번째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노벨문학상은 1901년부터 시작해 총 117차례 시상을 통해 121명의 작가에게 수여된 바 있다.
알고보니 문인 가문 출신!
한강은 문인 가문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 한승원은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다. 85세인 한승원은 여전히 집필을 이어가며, 딸 한강에 대해 "전통사상에 기반을 두고 현대적인 감각을 발휘하는 작가"라고 평한 바 있다. 두 사람은 부녀가 모두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기록도 가지고 있다.
한강은 음악적 재능도 뛰어나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우지 못해 종이 건반을 사용해 연주하곤 했다는 일화를 남겼다. 2007년에는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를 수록한 음반을 포함한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강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소설로 형상화해왔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고,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과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이 소설가로서 깊은 영향을 받은 사건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었다. 열세살 때 아버지가 보여준 사진첩 속 학살된 사람들의 모습은 그의 인생과 작품 세계에 큰 전환점을 제공했다. 그 경험은 '채식주의자'를 포함해 그의 많은 작품에서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탐구하게 했다.
한강은 최근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소설 작업은 이제 그만하고, 밝은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밝히며 새로운 방향을 암시했다.
소설가 한강 알아보기
한국 소설가 한강(54)은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저명한 소설가 한승원이다. 한강은 서울로 이주한 후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샘터' 잡지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1993년 '문학과사회'를 통해 시인으로,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후 '여수의 사랑',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한국 문단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시집과 동화책도 출간하며 시, 소설, 아동문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한강은 국내외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국내 문학상을 비롯해, 영국 인터내셔널 부커상, 프랑스 메디치상, 이탈리아 말라파르테상 등 해외 문학상도 수상했다. 특히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예대에서 소설 창작론을 가르쳤으며, 학생들로부터 섬세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교수로 평가받았다.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 (최근 20년간)
연도 | 수상자 | 국적 | 대표 작품 |
---|---|---|---|
2024 | 한강 | 대한민국 |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 |
2023 | 욘 포세 (Jon Fosse) | 노르웨이 | 잠이 오지 않아, 멜랑콜리아 |
2022 | 아니 에르노 (Annie Ernaux) | 프랑스 | 단순한 열정, 기억의 장소 |
2021 | 압둘라자크 구르나 | 탄자니아 | 파라다이스, 바닷가에서 |
2020 | 루이즈 글릭 (Louise Glück) | 미국 | 야생 붓꽃, 아베르노스 |
2019 | 페터 한트케 (Peter Handke) | 오스트리아 | 무관심한 사건, 도니의 죽음 |
2018 | 올가 토카르추크 (Olga Tokarczuk) | 폴란드 | 태고의 시간들, 방랑자들 |
2017 | 가즈오 이시구로 (Kazuo Ishiguro) | 영국 | 남아있는 나날, 나를 보내지 마 |
2016 | 밥 딜런 (Bob Dylan) | 미국 | Blowin' in the Wind, Like a Rolling Stone |
2015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 벨라루스 |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
2014 | 파트릭 모디아노 (Patrick Modiano) | 프랑스 |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도라 브뤼더 |
2013 | 앨리스 먼로 (Alice Munro) | 캐나다 | 디어 라이프, 행복한 그림자들 |
2012 | 모 옌 (Mo Yan) | 중국 | 붉은 수수밭, 사십일포 |
2011 | 토마스 트란스트롬 (Tomas Tranströmer) | 스웨덴 | 발자국, 거울 속의 거울 |
2010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페루 | 도시와 개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
2009 | 헤르타 뮐러 (Herta Müller) | 루마니아/독일 | 숨그네, 낯선 시선 |
2008 | 장 마리 구스타브 르 클레지오 (J.M.G. Le Clézio) | 프랑스/모리셔스 | 사막, 별을 쫓는 남자 |
2007 | 도리스 레싱 (Doris Lessing) | 영국 | 다섯째 아이, 황금 노트북 |
2006 | 오르한 파묵 (Orhan Pamuk) | 터키 | 하얀 성, 눈 |
2005 | 해럴드 핀터 (Harold Pinter) | 영국 | 배신, 파티에서의 밤 |
대형 온라인 서점 폭주 주문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대형 온라인 서점들이 폭주하는 주문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사이트 접속 장애를 겪었다. 교보문고와 예스24는 수상 발표 직후 접속 지연이나 페이지 로딩 문제가 발생했다는 고객 불만을 접수했다.
이와 함께 한강의 작품들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교보문고 실시간 베스트셀러에서는 채식주의자가 1위,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이 그 뒤를 이었고,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흰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예스24 역시 1위부터 10위까지 한강의 작품들이 독식하고 있다.